교정 진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치아를 빼지 않고 교정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입니다.
자연치아는 한 번 발치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치아를 둘러싼 잇몸과 치주조직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능하면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기에 교정치료를 계획할 때에는 치아를 빼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먼저 검토합니다.
비발치교정의 핵심은 치아를 빼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발치로 생기는 공간 없이 치아가 이동할 자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덧니를 비발치로 가지런하게 만들 수 있더라도, 공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치열만 펴면 앞니가 앞으로 밀릴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입이 더 돌출되어 보여 환자가 기대했던 변화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발치교정에서는 치아를 배열하기 전에 필요한 공간의 양과 공간을 만들 방법부터 계획해야 합니다.

특히 돌출입에서는 공간 확보가 중요합니다
돌출된 입술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려면 앞니가 뒤로 이동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앞니만 따로 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송곳니와 작은어금니를 거쳐, 필요한 경우에는 가장 뒤쪽 큰어금니까지 함께 이동시켜야 합니다.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치열만 가지런하게 펴면 앞니가 오히려 앞으로 이동해 입이 더 돌출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덧니가 펴졌다는 것만으로 비발치교정이 잘되었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MARPE(Miniscrew-Assisted Rapid Palatal Expansion) : 급속 악궁 확장 장치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환자마다 다릅니다
비발치교정에서 공간을 얻는 방법은 하나가 아닙니다.
치열이 잇몸뼈의 범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면 악궁을 적절히 확장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위턱의 폭 자체가 좁은 경우에는 미니스크류를 이용한 골격성 확장장치인 MARPE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뒤쪽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치아를 후방으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교정용 고무줄, 입천장이나 치아 안쪽에 장착하는 교정장치, 미니스크류 등을 활용합니다.
앞니가 지나치게 안쪽으로 기울어진 경우에는 치아를 적절한 각도로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도 일부 공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니가 앞으로 움직인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원래의 치아 각도와 입술의 형태가 함께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공간이 부족할 때는 치간삭제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치간삭제는 필요한 부위에 필요한 만큼 시행합니다
치간삭제는 IPR이라고도 하며, 치아와 치아가 맞닿는 인접면의 법랑질을 필요한 범위에서 미세하게 다듬어 공간을 얻는 방법입니다. 치아의 형태를 조절해 잇몸 쪽에 삼각형 틈으로 보이는 블랙트라이앵글을 개선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치아를 깎는다’는 설명 때문에 치아가 약해지거나 충치와 시린 증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삭제할 수 있는 양은 모든 치아에서 같지 않습니다. 치아의 크기와 형태, 법랑질의 두께를 확인한 뒤 안전한 범위 안에서 필요한 양만 시행해야 합니다.
Zachrisson 등이 발표한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적절한 방법으로 IPR을 시행한 환자를 10년 이상 관찰했을 때 우식이나 치주 문제, 치조골 소실이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필요한 양을 정확히 계획하고, 시술 후 치아 표면을 세심하게 다듬고 연마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여러 치아를 일률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확장과 후방이동 등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을 먼저 계산하고, 그래도 부족한 부분에 한해 필요한 부위만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IPR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닙니다. 어느 치아에, 어느 정도를, 어떤 목적으로 시행할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비발치교정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치료입니다

비발치교정은 단순히 치아를 빼지 않는 치료가 아닙니다. 잇몸뼈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확장, 후방이동, 치아 각도 조절과 치간삭제를 적절히 조합해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치료입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비발치교정이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안전한 치아이동 범위 안에서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발치치료가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충분한 공간을 만들 수 있고, 치열뿐 아니라 얼굴과 입술의 균형까지 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 비발치교정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치료 방법입니다. 발치 여부를 미리 정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비발치로 가능한 변화의 범위를 먼저 확인한다면, 자연치아를 보존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Zachrisson BU, Nyøygaard L, Mobarak K. Dental health assessed more than 10 years after interproximal enamel reduction of mandibular anterior teeth. American Journal of Orthodontics and Dentofacial Orthopedics. 2007;131:162–169.